코스의 역사

   그렇다면 현재의 코스판은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고, 어떻게 발전되어 왔을까요? 이 또한 긴 이야기가 될 것 같습니다.


코스의 유래는?


   우선 처음으로 알아야 할 것은 코스가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는지에 대한 점입니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을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점들에 대한 생각을 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첫째로, 보통 많은 코스어들은 코스가 일본에서 유래하지 않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 그 유래를 보통은 1)고대 로마의 죽은 이를 추모하는 행사, 2)할로윈 데이, 3) 영국에서 죽은 영웅을 기리기 위해 영웅을 따라했다는 행사, 이 세 가지에서 찾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유래'가 현재 우리가 하고 있는 코스와 큰 연관성이 없다는 점이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세 행사 모두는 죽은 이들을 기리는 등의 종교적 의식으로 기획되었지, 현재와 같이 단순한 유희를 위해 유래되지 않았습니다. 이러한 점에 있어서 코스는 고대의 '놀이', 특히 로제 카이와Roger Caillois가 분류한 모방mimicry=미미크리 형태의 놀이와 그 유래를 같이 하긴 하지만, 그들을 전반적으로 계승하는 것이 아닙니다. 물론 이들이 코스의 일련의 기초를 구성하는데 있어서 상당히 큰 영향을 끼친 것은 사실입니다만, 그것들과 동일한 것이 아닙니다.


   다만, 할로윈축제와 코스가 유사하다는 이유로 반론을 제기하시는 분이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만, 할로윈 축제는 코스와는 소재도(마녀나 마법사, 귀신이나 유령, 좀비, 생체해부/산 채 분리된Vivisection-ed 사람 등), 재현되는 목적과 이유(그들의 모습을 함으로서 혹시나 이후에 있을 악령등의 공격을 막고, 평소에 분출하지 못한 욕망을 분출함)도, 재현되는 방식도(괴상한Freaky 형태를 추구함) 전부 다릅니다. 따라서 우리가 다루고 있는 코스에 속한다고 해석되어서는 안 됩니다.


   또한, 이은영 외(2002)는 코스가 고대의 가면문화에서 시작되어서 카니발과 할로윈을 통해 발전되었다가, 미국 대중문화, 특히 디즈니랜드의 부흥과 함께 캐릭터 탈옷으로 인해 문화가 발전되었고, 이 것이 일본으로 유입되었다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77-79), 그들이 인지하고 있는 코스의 범위에 '롯데월드 퍼레이드쇼에서의 여러 인형들, 경찰의 마스코트인 포돌이와 포순이, 판촉행사를 벌이기 위해 특이한 옷을 입은 도우미들, 자신을 어필하기 위해 특별한 복장을 입는 가수'(:77)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은 이들이 코스에 대한 정확한 인식 없이 이 논문을 썼다고 볼 수 밖에 없게 되는 근거가 되고, 따라서 본 연구의 주장만으로는 그러한 주장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둘째로, 솔직히 까고 말해서 코스는 일본을 바탕으로 시작된 일련의 캐릭터를 따라하는 행위에서 비롯되었다라는 사실을 100% 부정할 수 있는 것이 어디에 있을까요? 물론 (특히 사이퍼즈로 대표되는) 한국의 온라인 게임들이 최근 대한민국 코스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코스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는 현상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캐릭터들이 완전히 일본의 캐릭터들과 어떠한 영향도 없다고 자신할 수 있나요?


   이와 관련해서 저는 아즈마 히로키님의 연구를 주목하고 싶습니다. 아즈마 히로키 교수는 그의 저서인 '진화하는 포스트모던'에서 데이터베이스 소비 개념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 한국어 위키백과의 해당 항목 ] 에 있으니 참조하시고요, 여기에서 그 주장을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애니메이션이나 만화 등에서 우리가 요즈음에 소비하고 있는 것은 캐릭터나 이야기 그 자체라기보다는, 작은 일러스트나 설정, 또는 캐릭터 컨셉 자체가 되어버렸다라는 것입니다. 예는 최근의 애니메이션만 봐도 나옵니다. <노기자카 하루카의 비밀>을 살펴볼까요. 주인공 노기자카 하루카는 부자집의 딸이자 귀엽게 생겼다는 점에서 <케이온!>의 코토부키 츠무기를 떠오르게 합니다. 또한 엄격한 아버지 밑에서 자라난다는 점은 <라이트 노벨 즐겁게 쓰는 법>의 야부사메 츠루기와 동일한 설정입니다. <노기자카 하루카의 비밀>은 또한 상당히 설정을 공유하고 있는 작품도 있습니다. 이후에 나온 <길 잃은 고양이 오버런>이지요. 주인공과 히로인은 전혀 다르지만, 메이드대라는 설정과 그들이 보여주는 모습은 <길 잃은 고양이>의 학원장의 딸의 메이드들이 그대로 보여주고 있고, 여자들의 모습에 코피를 터트리는 남자들 또한 <길 잃은 고양이>에서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일상 캐릭터성을 뛰어넘은 <중2병이라도 사랑이 하고 싶어!> 같은 예외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캐릭터들 마저 어디에선가의 요소를 복사해 온 것이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왜 츤데레, 얀데레, 도짓코(덜렁이) 같은 일련의 캐릭터들을 하나의 군으로 묶는 기본적인 '속성'이 나올리가 없지요.


   슬픈 이야기기도 하지만, 한국의 게임이나 만화-애니도 이러한 선 상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일련의 한국의 게임 캐릭터들은 일본의 그림체를 벗어나 독자적인 그림체를 구축하고는 있지만, 그들과 어느 정도의 캐릭터 또한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일본 만화나 애니를 좋아하는 팬들이 한국의 게임 캐릭터 또한 좋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던가요? 즉 한국의 캐릭터 데이터베이스라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 일본의 캐릭터 DB와도 호환이 되는 측면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익히 아는 보컬로이드 시유SeeU의 저작자인 꾸엠씨는 게임문화(2002)와 Frost(2007) 에도 나온 초기 스타 코스어입니다. 그 분이 SeeU를 디자인하면서 당연히 일본의 캐릭터 DB와 기존의 보컬로이드 또한 신경을 쓰지 않았을리는 없었겠죠?


   마지막으로, 보다 구체적으로 따지자면, 일본어 위키백과의 [ 코스프레 항목 ] 에서는 코스의 유래를 SF(Science Fiction), 즉 과학소설 팬덤의 가장놀이Masquerade 에서 찾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것이 이미 일본의 SF 컨벤션으로도 이식되어 1960-70년대에 이미 행하여지고 있었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코스는 사실상 1978년에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왜 그런 것일까요? 왜 과학소설 팬덤에 의한 캐릭터의 코스는 현재 우리가 여기는 코스와 전혀 다른 것으로 여겨지고 있는 것일까요? 사실 현재의 애니-만화라는 거대한 상상력이 발동되기 이전에 SF가 있었고, SF를 바탕으로 판타지가 생겼고, 그를 바탕으로 현재의 만화-애니라는 거대한 만화 시장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SF를 상상조차 못하고 있을까요?


   이러한 논의들을 바탕으로, 저는 코스의 유래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설을 지지합니다.


> 코스는 캐릭터의 재현과 함께 시작되었으므로, 당연히 캐릭터라는 개념이 구체화되기 시작한 SF-판타지 흐름 부터를 그 시초로 보는 것이 옳고, 따라서 코스의 기원은 SF 코스가 시작된 1939년으로 소급하는 것이 옳다.
> 현재의 만화-애니계 코스는 1970년대 초반 일본의 만화연구회들 가운데서 시작되었고, 코스라는 단어는 (현재까지는) 1983년에 처음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 다만 현재의 만화-애니계 코스 자체는 SF 코스에 후행하여 상호 영향을 받고 있으므로 일본이 창조하거나 자체적으로 시작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럼, 여기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하게 설명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 우선 코스 자체가 다른 가장이나 모방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다시 떠올리는 데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특히 코스가 기족의 문화원형이나 '전통문화'적 습관에서 유래한 기존의 카니발이나 재현, 또는 가장행렬과는 달리 제의적인 목적으로 시간이나 장소가 일반적으로 제한되어 있지 않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차이가 발생되기 된 근본적인 이유에 있어서 저는 캐릭터성을 그 원인으로 제시하고 싶습니다. 캐릭터라는 것은 기존의 어떠한 제의적 '역할'과는 달리 언제나 사람들에게 재귀되거나 재인지될 수 있고, 일반인들은 언제나 캐릭터를 가지고 공상을 하거나 그것을 좋아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기존의 제의적 역할을 가장 쉽게 지켜볼 수 있는 오시리스 의식 같은 것을 생각해 봅시다. 오시리스 의식의 모든 것들은 비밀로 지켜져야 했고, 따라서 이 제의에서 이루어진 모든 것은 외부에 전혀 기록되지 않았습니다. 물론 오시리스나 세트, 이시스, 호루스라는 신이 있다는 사실 자체는 이집트 사람들이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오시리스 의식은 사람이 직접 오시리스와 세트, 이시스, 호루스라는 사람을 연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연기 가능한 것으로 여겨지지는 않습니다. 이에 비해 코스어들은 언제나 플랜을 정해서 코스를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차이'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냐는데에 있습니다. 


   2) 둘쨰로, 만화-애니계 코스보다 SF계 코스를 우선으로 두는 데에도 이유가 있습니다. 제가 정확하게 알고 있지는 않습니다만, 코스 비슷하게 사람이 슈퍼맨 옷을 입고 판촉 행사를 다니는 모습을 코스라고 볼 수 있다고 한다면, '슈퍼맨'은 1940년대부터 코스를 시작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즉 1938년 최초로 발간된 슈퍼맨은 1940년 라디오극이 시작되고, 1941-3년까지 단편 애니가 제작 되는 등으로 그 외연을 조금씩 높여왔습니다.) 하지만 1939년까지는 그러한 분위기까지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와 달리 과학소설은 이미 1920년대부터 정기적인 소설 매거진을 발행하는 등 그 외연이 확장되어 있었고, 상당한 독자 층도 있었습니다. 이 시점에서 SF 작가인 포레스트 J. 애커만Forest J. Ackerman 이 1939년에 처음으로 개최된 1회 세계 과학소설 컨벤션 에서 SF 일러스트레이터의 그림을 바탕으로 옷을 해 입어서 보인 것이 그 최초의 시점이 된다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 영어 위키백과의 포레스트 J. 애커만 항목 ] 에서도 그의 옷입기 형태가 cosplay로 인지될 수 있다라고 서술한 것으로도 확인될 수 있습니다.


   3) 슈퍼맨이나 기타 옷입기는 그 이후로도 회사에 의한 판촉이나 할로윈데이의 비교적 제한적인 범위에서 이루어졌고, 일본의 코스 붐이 미국으로 역수입되기 전까지는 개념의 적용이 매우 애매했습니다. 그러나 SF 코스는 다릅니다. 애커만을 시점으로 다른 사람들도 SF 캐릭터를 바탕으로 행사장에서 코스를 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붐이 1978년 이후의 일본 코스의 시초가 됩니다.


   따라서 코스는 1939년 포레스트 J. 애커만에 의해서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이 현재 시점에서는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결론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 -> 다음으로 <- ]    


XE Login

You will be still logged in even when the browser is closed.

It is not recommended to use this if you are using a public computer, for your personal information could be viol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