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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정석은_닫혔다

= 정석은 닫혔다 =

[정석3부작] 2부

기억 나실지 모르겠지만, 학우 여러분들이 이 곳에 들어오기 위해 배운 공통수학중에는 '한 수의 집합 안에서, x가 y의 z연산에 대해 닫혀있다'라는 개념이 있다. 이 내용은 그 연산의 내용과 움직이는 내용이, x와 y의 연산이 있는 그 집합 내에 속한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이 개념에 대해서 긍정한다. 다른 이유는 없다. 수학은 정확하고, 우리가 틀렸으면 틀렸지, 수학이 틀린 것은 아니니까. 또한, 이 개념을 통해, 어떻게 보면, 우리는 '사회는 닫혀 있어야 한다'라는 일단의 명제를 아무런 꺼리낌없이 받아들이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칼 포퍼의 '열린사회의 적들'은 사람이 자유롭개 행동할 수 있는 '권리'를 (의도적이든, 비의도적이든 간에) 빼앗기 위해 하나의 비전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에게 몰아세우는 여러 그룹의 정치적, 생활적인 노력들에 주목하고, 그러한 행위 전체, 또한 그 행위 자체에 대하여 공격하고 있다. 즉, '닫혀있다'는 것은 사실은 인간이 아닐 때에 가능한 것이다. 사람에게 있어, 완전한 닫혀짐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다. 그것은 도덕경의 처음에 씌여 있는 '道可道, 非常道'의 그 의미와 동일한 것이다.

그런데, 정석을 가만히 체험하고, 들여다보고 있다면, '정석이 닫혔다'라는 생각이 내 마음속에 들게 된다. 아무리 확인해보고, 생각해 봐도 그 생각은 이러한 생각을 굳힌 올해 초부터 계속되었다.

물론, 도서를 분류하고, 정리하여 사람들이 잘 찾을 수 있도록 하고, 대출에 대해 정확하게 체크하는 시스템에 이유없이 딴지를 걸자는 것은 아니다. ISO 9001:2000인지 뭔지를 따 놓으신 그러한 시스템에 대해서는 오히려 감사함을 느낀다. (그런데 내년의 ISBN 교체때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당장 세자리수 모든 DB에 추가시켜 놔야 할텐데;) 그러나, 다음 몇가지 부분에 있어서, 나는 이상함과 불안함을 느낀다.

1) 정석도서관의 의견전달구조는 하향식이 아니라, 상향식이다. 또한 마음에 들지 않는 의견을 묵살해 버릴 수 있는 권한이 충분히 있다. 우리는 이상하게도, 정석이 원하는 일에 대해서는 (가령, 학을 천마리 접어달라든지, 책을 기부해달라는 등의 것)에 대해서는 해 주어야할 무한의 책임(?)을 지닌다. 그러나, 우리가 원하는 것을 정석에게 말하려고 할 때, 우리는 어디로 가서 어떤 구조로 우리의 이야기를 전달해 주어야 할지 알 수 없다. 실제로 정석 도서관 자체 안에서는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지 않고, Online에서는 있다고 하더라도, 그 내용이 Q&A나 '분실물', '서가에 없는 책 신고' 인지라, '건의하기'나 '요청'을 하기에는 상당히 애매한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그나마 Q&A게시판의 반응도 미온적이고 관료적이다. 아마 내가 원하는 요청을 그대로 했다가(분류 수정요청 등)는 대답을 받기 어렵지 않을까.

2) 정석도서관에 설령 의견을 전달하고자 하더라도, 우리는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할지 방황하다가 결국은 자념해 버리게 된다. 실례로, 2005년 1학기의 이야기다. 현재는 사회과학도서실에 계신 인문과학도서실의 분에게, 하루는 '키노의 여행'을 제시하면서, 이 책을 도서관에서 구입하지 않아야 할 이유가 어디 있느냐고 한번 항의를 했던 적이 있다. (그 당시에, 키노의 여행 1-8을 신청했으나 반려되었다) 그러나, 그분이 하신 말씀은, 1층 도서구입계에 가서 질의하라는 말씀이셨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일단 내가 1층 도서구입계에 갈수는 있다. 그러나, 일단 도서구입계등의 사무실에는 학생이 들어가기 쉬운지가 첫번째 문제였고, 또한, 거기에 가서도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지, 통상적인 감각(Common sence)에서 생각해 보았을 때, 이런 일을 쉽게 저지르기는 힘들 것이다. 또한, 내가 아마 거기 가서 이야기를 해봐도, 별 수가 나오겠는가? 아마 이러저러한 이유로 안된다고 할 것이 분명하다. 따라서, 그냥 에이, 하고 자념해 버리기 쉬울 뿐이다.

3) 정석도서관은 '공부를 위해 조용해야 한다'는 이상한 강박관념에 빠져있다. 그리고 최근에는 도서관의 학습적 기능은 중시하면서, 그와 동시에 도서관의 책을 구입하고, 보존하는 기능은 일부러(?) 약화시키고 있다. 그리고 이제는 아예 막말로 '책 구걸'까지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이러한 부분들에 대해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지 않다. 우리는 등록금에 대해서는 막말로 농성과 투쟁을 일삼았지만, 학사 건물의 학습환경에 대해서는 문제를 제기하지만, 정작 도서관에 대해서는 아무런 문제의식도 가지지 않는다. 우리는 정석의 그 이데올로기이자 도그마에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는 이것이 우리 대학 내부의 사유 부족에 이르게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정석이 생긴지 어느덧 3년째다.(그러고 보니 기념식 아직 안했네;) 그러나 우리는 그리 이러한 문제에 신경 쓰지 않았다. 우리는 그동안 이 정석의 닫혀 있는 틀에 아무런 문제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정석은 공부의 공간이고, 정석에서는 조용히 다른사람들의 공부를 방해하지 말아야 하며, 전화기를 사용하면 안되고..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생각에 대해 별로 의문을 가져 본 적이 없었다. 이제, 달리 생각해 볼 때가 되었다. 정석은 공부의 공간이기 전에, 학술정보관이기 이전에 중앙도서관이고, 즐겁게 책을 볼수 있는 곳이고, 그렇게 되어야 한다.

<이 글의 전문과, 1061호의 반론에 대해 별도로 작성한 재반론을 isde.perne.net에서 보실수 있습니다>

글/정석은_닫혔다.txt · 마지막으로 수정됨: 2015/03/12 04:38 (바깥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