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로역정은 존 번연에 의해 지어진 개신교 고전이다. 1885년에 한국 최초로 번역되어 도움을 주었다. 다음은 초판서문이다. 띄어쓰지 않으면 읽기 힘들것이다.
텬로력뎡 프로젝트는 엘리프가 텬로력뎡 영인본을 그대로 옮겨쓰려는 작업
천로역정 서문
천로역정이라 하는 뜻은 천국으로 가는 사람들이 지나는 길이라 하는 말이라. 이백여 년 전에 대 영국 전도하는 선생이 지은 책이니, 성은 번연이요, 이름은 약한(존)이니 슬하에 사랑하는 판수 딸이 있는지라. 원래 집이 가난하여 철물 장식으로 생애를 하나, 본디 마음이 방탕하여 가사를 돌아보지 아니하고 세상에 호협한 일만 좋아하니 이러할 때에야 누가 하나님께서 미리 빼사 회개시킬 줄을 짐작하였으리요.
하루는 선생이 어디 갈 때에 무슨 소리 있어 은은히 귀에 들려 가로되 ‘네가 회개하고 구원 얻는 것이 좋으냐, 죄를 짓고 지옥에 빠지는 것이 좋으냐’ 하거늘, 이 소리를 듣고 송구하여 집으로 돌아가며 왕사를 생각한 즉, 전 죄가 나타나거늘, 탄식하여 가로되, 내가 세상에 처하여 한 일을 생각하니 몸에 중한 짐을 짊었도다 하더니, 그럭저럭 며칠이 지나매 좋은 생각은 잠시오, 악한 사욕이 다시 가리니, 이것이 성경이 가르친바 ‘세인들이 큰 은혜를 잊고 사특한 길로 간다’ 함 같도다.
선생이 또 하루는 공치는 마당에 가서 마음을 놓고 노닐 적에 흉악한 맹세를 입으로 발하니, 그 때 마침 어떤 여자가 듣고 가로되 ‘저것이 다 지옥에 빠질 소리라’하거늘, 선생이 일변 마음을 돌이켜 가로되 ‘내가 장차 어떻게 하여야 저 말이 내 몸에 미치지 아니할고’ 하며 집으로 돌아가서 자기 죄를 농한히 여기며 깨닫고 주를 사모하는 생각이 간절하여, 밤낮 열심히 기도하고, 혹 사람을 만나면 가르치니, 성경에 이른 바 ‘사람이 믿음으로서 의에 맞는다’ 함 같도다. 이 때는 구세주 강생일 천 육백 육십이년이라. 영국 황제(가) 새로 즉위하여 덕이 박한 고로 구세주의 은혜를 능멸히 여겨 거룩한 도를 전하는 자가 있으면 무론남녀하고 옥에 가두니, 이것이 성경에 이른 바, ‘제가 제 귀와 눈을 가리워 행여 마음에 깨달을 까 한다’ 한 말씀이 이런 유를 가르쳐 한 말이로다.
슬프다, 선생이 이 분분한 때를 당하여 비로소 나아가서 천국 도리와 부생(부활)하는 이치를 전할 새 듣는 자가 많은지라. 임금이 그 말을 듣고 군사를 보내어 잡아다가 옥에 가두되, 선생의 믿는 마음이 더욱 견실하여 열 두 해를 옥중에 있으되, 위로하는 친구가 없으니, 가련하고 가련하도다. 어찌 사특한 세상이 아니리오. 혹이 일러 가로되, ‘이제 그대가 나아가서 도를 전하지 않겠다 하면 이런 곤욕을 보지 아니하리라’ 하거늘, 선생이 불연 변색하여 가로되 ‘시방이라도 놓아주면 즉시 나아가서 다시 전도하겠노라’ 하였으니, 거룩하다 선생이여, 옳은 도 사모하기를 주리고 목 마른 것 같이 복이 장차 크리로다.
불쌍하다 그 딸은 세상 빛을 보지 못하매 주소등대 하였으니, 선생의 친구는 임금이 금하지 않고 특별히 허하여 준 성경과 그 딸이라. 선생의 가세가 빈한하고, 또 도와주는 이 없으매, 옷감을 짜서 호구지책을 하며 이 책 상하권을 지었으니 선생이 옥에 갇히지 아니하였으면 이 책이 어찌 세상에 퍼졌으리오. 이것이 하나님께서 번연 씨의 독실한 마음과 정성을 드러내사 이후 이 책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믿는데 유익하게 하심이 아니냐. 먼저 선생의 사적을 기록하고, 책 대지는 아래 기록하노라.
이 책 상하권은 신구약 이치를 가지고 일판을 다 비사(비유)로 지었으니 가위 도리를 통달한 성도이라 하리로다. 그 재미있는 곳을 보면 기기묘묘하고, 그 엄한 곳을 보면 참 송구하도다. 사람이 어떻게 참 도리를 믿는 것과, 또 어떻게 예수를 아는 것과, 또 어떻게 권력을 주시는 것과, 또 어떻게 삼가 지키는 것을 소소히 나타내었으니, 이것이 천로로 가는데 첩경이라.
사람의 이름과 땅 이름은 참으로 있는 것이 아니라, 명목만 빌어다가 이름을 지었으되, 선한 사람의 이름은 선하게 짓고, 악한 사람의 이름은 악하게 짓고, 좋은 땅 이름은 좋게 짓고, 흉한 땅 이름은 흉하게 지었으니, 이 책 보는 벗님네는 이름을 보고 뜻을 생각하옵소서.
첫 비두에 나라 한 뜻은, 번연씨가 자기를 가리킨 뜻이오, 구렁은 옥을 가리킨 뜻이오, 꿈은 가만히 생각하는 것을 가리킨 뜻이오, 제 집을 등지고 돌아섰다는 말은 이 세상사와 서로 등졌단 말이오, 해어진 옷은 더러운 세상을 가르친 뜻이오, 짐은 죄를 가리킨 뜻이니, 대저 믿는 사람은 이 책을 구구절절히 찬복하려니와, 믿지 아니하는 사람이나, 혹 이치를 알지 못하는 사람은 ‘뿌리가 없는 말이라’ 하리라. 본문대로 번역하는 중에 미진한 끝이 여간 있으나, 대강 긴요한 뜻을 밝혔으니, 믿는 이는 이 책을 보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