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정석3부작의 1부로 작성되었고, 인하대학신문 1060호에 게제된 이 후, 1061호에 반론이 제기되었다. 원본은 보시다시피 상당히 길었으나, 나간 기사문은 기사 지면 관계로 판타지 중심으로 텍스트가 재편집되었다.


정석을 비판한다

여러분들은 요즘 정석을 어떻게 보는가?
거기에 대해서는 많은 대답이 있으리라 본다. 그냥 공부하기 위해 가는 곳이라는 반응부터 시작해서, 진짜 정보의 창고라고 할 수 있을 정도까지, 그리고 관심도 안 갖고 가지도 않은 분들도 있으리라 생각된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서 그곳은 어쩌면 내가 느꼈던 곳 중 최악의 도서관이다.
왜 정석이 최악의 도서관이냐고? 일단 몇몇가지의 증거들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한다.

#1.
현재 존재하는 반지의 제왕은 크게 네 번역으로 나누어져 있다. 예문 구판과 신판, 그리고 황금가지판과 씨앗판(정식 출판사명은 씨앗을 뿌리는 사람)이다. 그중에서 예문 구판과 신판은 전권 구입이 완료되어 있다. 그리고 예문 구판은 지금 찍어내지 않는 만큼, 상당히 도서의 정보보존성에 있어서 상당히 잘 산 경우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데, 문제는 황금가지판부터 시작된다. 황금가지판은 전체 6권으로 완결되어 있는데, 여기다가 씨앗판을 구매하게 되면서 정석 도서관은 가장 웃긴 일을 행했다. 비슷한 번역이리라 생각하고 추가된 내용같아 보이는 '7권'만을 구매한 것이다. 이건 말이 안되는 소리다. 황금가지의 경우에는 국내 매니아층과 논쟁이 있을 만큼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었고, 그냥 영어로 번역한 것과 똑같은 수준의 번역이 이루어졌다. 반면에, 씨앗판은 예문판의 번역자들이 전체 내용을 재번역한 것이고, 매니아층의 리더 한명을 섭외해서, 그만큼 더 전문성을 높였다. 그런데, 왜 번역자도 다르고, 수준도 다른데, 왜 양본을 동일한 본으로 인지했는지 모르겠다. 그러면서 왜 예문 구판과 내용이 똑같은 신판도 구매한건지 더 이해가 안가고. 하지만 더 웃긴건, 이 7권 내용, 즉 부록은 이미 황금가지에 분산 번역되어(4,5,6권) 수록되어 있다는 점이다. 결국, 정석은 사느니도, 안사느니도 못한 일을 벌이고야 만 것이다. 양장본따위는 바라지도 않았다. 그냥 가장 국내에서 제대로 된 번역이라도 인정해 주었으면 좋겠다.

#2.
아직 제대로 보지는 못했지만, 역시 3층, 이번에는 왼쪽 구석에 '두파이 연구'라는 책이 있다. 1학년 초에 고전음악을 살펴보던 나는, 한번 빌려볼까 하고 대출을 여러번 신청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의외로 돌아온 대답은 서지정보에 없어서 대출이 불가하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이후에, 다시 한번 두파이 연구가 서가에 올라와 있어서 DB를 보았더니, 아직도 DB에는 그 책이 없었다. 3층 서가에 가서 확인해보니 또 다시 오류였다. 결국, 이 책을 빌릴 수 있게 된 건, 올해 초에 이르러서였다.

#3.
현재 정석도서관은 무조건 판타지의 구입을 거부하고 있다. 이전에 몇권의 판타지를 신청했지만, 반려당했다. 아무런 이유도 없다. 특히, '세월의 돌'에 대해서는 어이 없음을 느끼게 된다. 세월의 돌은 최근 출판사를 옮기면서(자음과모음→제우미디어), 작가인 전민희가 개정판을 집필하면서 새로 펴냈다. 그런데, 문제는 정석은 그러한 사실도 알아보지 않고, 무조건 살펴보지도 않고, 소장복본존재라는 이유로 이를 반려했다는데 있다.1)
자, 그럼 여기서 한가지 질문 추가다. '국내 판타지는 학술의 주제로 인정할 수 없는가?' 왜 판타지가 학문이 될 수 없는가? 국내 판타지가 물론 지금 혼돈의 시기를 겪고 있지만, 이를 잘 문화컨텐츠적으로 연구하면 인하대에도 좋은 일이 될 수 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단지 '그럴 수 없다'는 이유로, 정석은 현재 모든 판타지의 구매를 거부하고 있다. 그러면서 비슷한 수준의 과거역사소설은 사둔다. 왜 그러한가? 그거하고 이거하고 뭔 차이가 있는데? 무슨 명분이 있길래 그렇게 반려하고 싶어서 야단 났는가?
또한, 최근의 판타지소설을 구매하지 않는 건 이해할 수 있겠는데, 비교적 인정받고 있는 라이트 노벨등의 판타지 계열 일본문학까지 반려한다는 건 말이 안된다. 그리고 왜 문고판을 꺼리는지도 이해할 수 없다. 더 싸고, 특히 국내에 번역된 문고판 소설들은 더욱 더 quality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반려하는가? (최근에서야 재조사를 통해 성계의 문장이 관내 입고되어 있음을 확인했지만, 이건 제목도 달랐고, 문고판이 아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나는 감히 정석에게 모든 판타지를 사라고 할 생각도 없고, 그런것 자체가 말이 안된다. 하지만, 어느정도 조금씩이라도 사두는 것 자체가 왜 말이 안되는가?
나는 정석이 모든 판타지를 사야한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조금씩이라도 인정된 작품이라도 사두려고 해두면, 그걸 많이 사지 않아도 또한 될터인데, 최근에는 이름 있는 작가 (이영도, 전민희등의 제한된)들의 신작만 사두고, 일반 소설은 아무거나 사더라도, 왜 판타지는 그렇게 기쓰고 사지 않으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럴라면 아예 판타지를 비치해 두지 말던가 해라. 결국, 요즘 신작 판타지를 보려면, 집에서 가까운 정석을 냅두고 결국 서울로 상경해서, 국립중앙도서관에 가서 더 복잡한 과정 거치고 책 봐야 한다. 원래 대여점은 안 이용했고, 앞으로도 이용안할 거기 때문에, 내가 그 책을 살 것이 아니면 결국 책을 볼 수 있는 방법은 이것밖에 없다. 왜 가까운 곳에 좋은 도서관이 있는데도, 그 도서관을 냅둘 수 밖에 없는지, 정석은 생각해 보기 바란다.

#4.
분류에도 미덥지 못한 부분이 많다. 가령, 이번에는 동일인이 쓴 책을 비교해 보도록 하자. 일단 노히라 슌수이씨가 쓴 (일본인이 쓴) 반일이야기'(1996,시대예감) 라는 책을 살펴보자. '813.309 야8946바'로 분류되어 있는 이 책은 한국인의 반일이 어떻게 나타났는지 아주 정확하게 찍고 있는 대작이다. 그런데, 똑같은 사람이 똑같은 내용을 쓴, 결국 몇가지 제목과 내용만(거기다가 이름도 노히라 슌페이(그런데 데이타 상에는 노히라 폐이로 되어 있다. 또 오기났다 -_-;)로) 바꿔 거의 90%의 text가 일치하는 또 다른 책(2000,역락)을 왜 샀는지 궁금하지만, 분류도 이번에는 '813.8 수62소'로 바뀌어져 있다. 대략 일본 소설이 813.6line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이 두개의 책은 똑같은 내용임에도 불구하고(본인이 한번 비교대조해 보았음을 밝히는 바이다) 서로 맞은편 반대쪽에 자리잡고 있다. 믿기지 않으면 3층 왼쪽 세미나실 앞 서고를 직접 확인해 보기를.

이런 사례들을 소개해서 미안하지만, 이런식으로 계속된 정석의 행각은 이루말할 수 없을 정도이다. 솔직히 말해서 판타지에 관심있는 사람들을 모집해서 판타지책을 사두는 계를 해서 대량구입으로 정석에 입고해두자고까지 생각해 본 적까지 있었다. 그러나, 나는 그러한 사람들이 있는지 모른다. 따라서 판타지를 들이고 싶다 하더라도, 역시 나는 어떻게 들여야 할지 모르겠다. 물론 이에 대한 논리적이나 철학적인 담론은 추후 투고하겠지만, 우선은, 지금 정석이 상당히 자기 의무를 망각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된다. 정석이 자꾸 '정석학술정보관'이라는 이름으로, '인하대학교 중앙도서관'이라는 이름의 의무를 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도서관은 책의 보고이자, 책의 나눔터이지, 조용히 공부하고 학술만을 위해 존재하는 곳은 아니다. 하긴야, 이 문제에서 국립중앙도서관도 책임을 회피할 수 없겠지만, 엄밀한 의미에서, 정석은 정석이기 이전에 중도이다.

1)
이러한 건이 최근에도 한 번 더 있었음을 분명히 해둔다. 이번에는 국내 판타지 초기 작품인 '바람의 마도사'도 개정판을 내놓는다는 이야기가 나와서 확인해보니 사실이었는데, 역시 신청결과는 또한 반려였다. 또한 이유도 분명했다. '소장복본존재'.